분홍과 빨강 불러오기
세상 오직 하나인
우리의 첫, 그 첫은 태어나는 즉시 밀봉된다
내게서 처음으로 태어나는 것들을 떠올리면 머릿속이 그렇게 얼얼할 수 없다
그래서 즐겨찾기 하고 싶다
비밀 파일을 꺼내 열 듯 기억 저 안에서 불러오기를 하 면 어김없이 죽은 듯 숨어 있던 그 첫은 스르르 부활한다
맨 처음 그 가슴 찌릿한 비밀을 알아버린 그해 오월은 신기하게도 해당화 꽃빛이 유난히 눈부셨다
허공에 뚝 뚝 초경하듯 떨어뜨린 해당화 꽃을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듯
열릴 듯 열리지 않던 기억 속 몇 방울의 분홍이 또다시 새하얀 침대 위에 생생하게 피어나곤 했다
오, 그럴 때면
순식간에 내 가슴의 파란 바다에는 먼 데로부터 희푸른 포말이 일며 그렇게 출렁일 수 없었다
- 시집 『각시붓꽃』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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