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새를 꺼내 보여주었다
네가 조잘거리면 그때마다 나는 새소리를 떠올렸다
한때 나는 새들의 노래는 어디서 태어나는지
궁금했었다
내가 들어서자 숲이 한 마리 작은 새를 꺼내 보여주었다
숲의 품 안에서 말갛게 태어나는 새의 소리들
작은 입술을 오므렸다 폈다 오므렸다, 하며 너는
계속 조잘거리고
네 말이 몸을 바꿔 새의 노래로 채워가는 눈부신 숲,
가만히 보노라면
비탈을 거슬러 절정을 향해 물들어 가는 선율의 숲을
점점 탐닉하고 싶어졌다
그 숲에서 나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노을빛보다 붉은 11월의 숲속에서
어떤 꽃말보다도 고운 소리들을 좇아
행여 놓칠라
멀리까지 따라가고 싶었다
- 시집 『각시붓꽃』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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