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세 번
그러니까 정확히 7시면 도착할 것이다 이불을 개듯 밤 새 내 몸을 덮던 슬픔을 걷는다 네게 가닿기까지 여기서부터 너무 멀지만 조금 늦더라도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다 안부가 도착하기 전 상상이 먼저 도착한다
너에게 가는 동안 분주하게 달려가는 가느다란 실선 하나 보인다 그러다가 실선은 창문 가까이서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네 발뒤꿈치를 슬쩍 들어 올리기도 하고 못 이긴 척 들린 네 발뒤꿈치는 먼 곳을 힐끗힐끗 바라다보며 배회한다 네가 그러는 동안에도 나의 아침은 언제고 미끄러지듯 황급히 달려간다
그리하여 밀봉된 하루를 네게 건넨다
네게 도착할 나의 기척 소리가 메아리로 돌아온다
우아하게 세 번
똑. 똑. 똑.
- 시집 『각시붓꽃』 (2020년 11월)
'나의 삶, 나의 詩 > 각시붓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홍과 빨강 불러오기 (0) | 2021.03.05 |
---|---|
숲이 새를 꺼내 보여주었다 (0) | 2021.03.05 |
Fox, Fox (0) | 2021.03.05 |
X 같은 (0) | 2021.03.05 |
25시 (0) | 2021.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