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항
바다도 일기를 쓴다
저물녘 서해 바닷가 탄도항 둑에 걸터앉아 보면 안다
누구를 배웅하는지 흩어져 먼바다를 응시하는 바위섬과 지는 해는 붉은 손수건을 흔들며 섰고 수천 년째 제부 도에서 탄도로 건너오고 있다는 누에섬 앞 갯벌에는 지금 막 비단실을 뽑아낸 듯 느릿느릿 굴림체로 써 내려가 다 덮지 않은 바다의 일기장이 그대로다
또박또박 써 내려간 문장을 한 줄 한 줄 읽다 보면 안다
제부도를 지나 산둥반도 발해만까지 먼 길 오가며
치열하게
왜 바다가 깊은 생각에 잠기는지
왜 바다가 몸부림치며 뒤척이는지
누구든 가슴이 막힐 때는 말없이 달려오라 손짓하 는 항구
서해고속도로를 살짝 빠져나와 지방도를 잠깐 달리 다 보면
누구의 이별인지
갯바람이 서럽게 나부끼는 탄도항
- 시집 『각시붓꽃』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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