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주페님의 방을 찾아 꽃 지는 시를 읽고 나서 밖을 나가 마당을 살폈더니
아 글쎄 어제까지 한창이던 꽃들이 벌써 빛깔을 잃고 지고 있지 뭡니까.
산벚꽃도 바람에 우수수 꽃잎을 떨구고 진달래는 이미 꽃이 진지 오래고 이제 자그만 연초록 어린 잎이 돋아났지 뭡니까.
꽃 핀지 바로 어제인데 그날 님이 떠난 것 같이 이리 빨리 지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도 다시 피어나는 다른 꽃이 있으니 살아가지나 봅니다.
마치 수채화를 그린 듯
방금 전 봄을 색칠한 멀리 바라다보이는 저 야트막한 산 아래 나의 둥지인 초록섬이 있다.
홍도화가 화들짝 피었다. 홍도화 밑에는 벌개미취가 파랗게 돋았다. 그 옆에는 길가에 썩어서 버려진 고목 뿌리를 주워와 연출해 보았다.
나중에 저 썩은 구멍에 마삭줄 같은 줄기를 기다랗게 늘어뜨리는 식물을 심으면 좋을 것 같다.
위 홍도화에서 분화한 어린 홍도화가 제법 잘 자라 꽃도 피었다.
정매, 제 작년에 자리를 옮겨 심었더니 작년엔 몸살을 많이 하더니 이젠 제자리를 잡았는지 화려한 꽃을 피웠다. 너, 정말 장하다.
뒤로 보이는 앵두꽃은 이제 다 지고 있는데 박태기나무가 오늘 내일 곧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다.
검붉은 입술을 벙긋 벌리며 환히 웃는 그 얼굴 어서 보고 싶다.
이 녀석은 꽃나무 이름을 모른다. 이스라지(일명 산앵두)란 이름으로 어렴풋이 짐작하긴 하지만.....
누가 아시면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돌배나무 꽃처럼 피는데 색깔이 연분홍이다.
저 이스라지 아래엔 둘글레가 한참 새움을 밀어올리고 있다. 그 뒤 소나무 밭에는 애기나리, 우산대풀과 노루발풀꽃이며 나리꽃, 씀바귀풀, 옥녀꽃대, 엉겅퀴, 큰구술봉이꽃 등이 각자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줄무늬비비추
봄맞이꽃
붓꽃
할미꽃 꽃술
우물가에 핀 조팝나무
나는 욕심이 많다. 하나는 모자라 저 보물창고를 앞마당에도 뒷마당에도 두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꽃빛 얼굴을 흉내내며 수시로 보물창고를 살피는 중이다.
집 입구에서 본 마당에 머무는 봄
바로 저기 보이는 마당이 내 보물 창고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