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나비를 물고 / 문정영
새가 생강나무 위에서
노란 나비를 낚아채기 직전,
나비는 그것도 모르고
꽃의 흉내를 내고 있다.
날개가 꽃술이면
입에 묻은 꽃 내음은 마취제,
다시 날 것이라는 기대로
낚아채는 것도 모른다.
날아가는 몸짓 멈출 때까지
새는 잠시 나비를 입에 물고 있다.
숨이 멈추기까지는 짧은 시간,
새는 나비의 바람을 눈으로 묻는다.
새가 나이고 나비가 당신이라면
나비는 새의 입에서 펄럭이는 눈물.
점점 조여오는,
스스로 날아가거나 천천히 멈출 수 없는 체위.
그 후로 생강나무 꽃은 샛노란 생각뿐이다.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휙, 하고 작은 새 한 마리 내 앞을 가로 질러 간다.
곤줄박인가 했더니 박새다.
출근하는 걸 잊고 가만히 지켜보는데 한 마리가 아니고 두 마리다.
보아하니 부부 같다.
입에 뭔가를 물고 연신 울타리 나무 밑을 오간다.
올타꾸나. 너희들 거기 어딘가에 집을 짓는 게로구나.
일단 시간이 늦을 것 같아 출근하기로 한다.
(* 전문가라 아니라 옮겨다니는 새들을 찍을 수 없어 아래 촬영한 사진은 인터넷에서 옮겨온 녀석이다. 찍어둔 그 분께 감사하다.)
퇴근해 울타리 근처를 살피니 바로 저기가 수상하다.
직감적으로 짚이는 구석이 있다.
창문가 라일락나무 바로 옆, 울타리에 기대 놓은 구멍난 통나무에는
잇해전에도 저기서 박새가 어린 식구를 늘려 이소한 곳이다.
살펴보려고 가까이 가니 박새 어미가 갑작스런 침입자에 불안을 느꼈는지 짹짹거리며 나뭇가지를 왔다갔다 울어댄다.
아니나 다를까, 좁은 구멍 안에는 새로 물어나른 미세한 동물 털들이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카메라가 좁다란 안쪽을 담아내지 못하겠다.
올해도 창가 라일락나무 꽃향 떠난 가지에는 그 진한 향내만큼이나 맑고 자잘한 박새가 만들어 내는 음표가 걸릴 것이다. 도시 사람들은 모르는........ 사실 이게 바로 시골 사는 재미 중 하나다.
우물가 울타리에는 조팝나무를 심었는데 이제 막 하얀 조팝꽃이 무더기로 피어나는 중이다.
이 조팝나무 속에는 지난 해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둥지를 틀어 이소한 곳인데 아직도 그 헌 둥지가 덩그러니 남아 있다. 나는 그 둥지를 지난 이른 봄 전지작업을 하다 발견하였는데 모양이 신기하고 예뻐 그냥 남겨 두었다.
나무가 꽃을 피우는 일도 새들이 둥지를 트는 일도 다 자연의 섭리일 테다.
누대에 걸쳐 저마다 나름의 방법으로 다음 세대를 이어가려는 저 성스런 노력,
향기롭고 아름답다.
지금 저기 저 앞, 감나무 위에 만들어 준 새집에는 그 안에 곤줄박이가 둥지를 짓는 중이고 딱새도 어디에 둥지를 트는지 이 가지 저 가지를 왔다 갔다 한다.
생명을 이어가는 저 분주함...... 내 봄은 어디쯤 오는지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봄은 만물이 생동한다.
올 초여름이 흥미롭겠다.
딱새 암컷이다
'요즘 뭐 해요? > 초록섬 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각시붓꽃과 먹쇠채 (0) | 2014.04.13 |
---|---|
쑥쑥 쑥쑥 (0) | 2014.04.09 |
잔치 잔치 꽃잔치 (0) | 2014.04.03 |
이른 아침에 본 할미꽃 (0) | 2014.04.01 |
진달래꽃 만발했네요 (0) | 2014.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