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사직서 쓰는 아침 -전윤호

여만 2010. 12. 8. 11:05

사직서 쓰는 아침 -전윤호(1964∼ )

 

상기 본인은 일신상의 사정으로 인하여

이처럼 화창한 아침

사직코자 하오니

그간 볶아댄 정을 생각하여

재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머슴도 감정이 있어

걸핏하면 자해를 하고

산 채 잡혀 먹히기 싫은 심정으로

마지막엔 사직서를 쓰는 법

오늘 오후부터는

배가 고프더라도

내 맘대로 떠들고

가고픈 곳으로 가려 하오니

평소처럼

돌대가리 놈이라 생각하시고

뒤통수를 치진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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