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무말랭이 -안도현

여만 2010. 12. 7. 14:44

무말랭이

            안도현

 

 

외할머니가 살점을 납작납작하게 썰어 말리고 있다

내 입에 넣어 씹어먹기 좋을 만큼 가지런해서 슬프다

가을볕이 살점 위에 감미료를 편편(片片) 뿌리고 있다

 

몸에 남은 물기를 꼭 짜버리고

이레 만에 외할머니는 꼬들꼬들해졌다

 

그해 가을 나는 외갓집 고방에서 귀뚜라미가 되어 글성글성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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