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린 다음 날,
햇살은 높고 낮은 곳 가리지 않고 골고루 뿌렸다.
한낮에 춘곤증을 달래려 뒷산엘 올랐더니 시야가 멀리까지 들어온다.
비록 남녘보다는 늦지만, 오래 기다리던 꽃몽오리 터지는 소리들로 곧 소란해질 것만 같다. 나뭇가지들 꽃눈을 자세히 살피니 꽃물 오른지 오래인데 진달래도 벚꽃도 입을 꽉 다물고 있다. 나만 성미가 급해 안달났다.
이곳은 섬지역이라 아침 저녁으로 기온차가 심해 더딘 모양이다.
오후 3시 30분,
서둘러 사무실을 정리하고 돌아와 화단 풀을 뽑아주기로 했다.
집앞 앞마당 구석구석을 살피니 숨어 피는 풀꽃들이 야단 났다.
날씨가 화창하다고 쑥덕쑥덕 귓엣말이라도 하는 지
서로 얼굴을 마주보거나 어깨를 기대고 있다.
얼른 나도 그 대열에 끼고 싶단 엉뚱한 상상을 하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 하나,
꽃들의 말을 배울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무리를 이뤄 제 빛깔을 맘껏 드러낸 제비꽃, 솜나물꽃, 양지꽃, 산자고..........
돌단풍 꽃대도 두리번 두리번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할미꽃도 무리지어 여러송이가 피었다.
그 이름처럼 모두가 허리를 숙이고 있다.
일찍 핀 복수초와 노루귀는 벌써 꽃잎이 시들고 어떤 것들은 볼쌍사납게 지고 있다.
오거라, 봄아!
나의 사랑아!!
(20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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