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2
—자화상 ․ 다친 사슴
이 선
보름달을 삼킨, 앞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별들의 왕녀인 안드로메다가 가장 사랑한,
라임나무 열매를 훔쳐 먹은 죄로, 나는 노새사슴이 되었다
목자자리, 아르크투르스 별을 영원히 짝사랑하라는 벌을 받았다,
“디에고 리베라”
휘핑크림 바른 라임 파이(Lime pie),
혀끝에 부드럽게 감기는, 한 조각
이름
노새사슴 몸통은, 사냥꾼들의 표적
목에 꽂힌 화살
허리에 박힌 화살
나는 신음소리도 뱉지 못하고, 꿀꺽 삼킨다
달빛 커튼, 내 눈을 가리는 밤
내 뿔은 1cm씩, 나의 별을 향해 그리움을 키운다
“내 몸에 박힌 화살을 빼지 마세요… 제발”
—상처는 내 영혼을 일으켜 세우는, 붓
—고통은 잘 섞은, 물감
배경처럼 서 있는 멕시코만, 푸른 바다
남색꽃 만발한, 클리토리아 초원
봄이 오면,
굳어버린 뿔은 마피미 분지에 내던지고
말랑말랑한 새 뿔을 왕관으로 쓰고
초원을 힘껏 내달릴 터,
—귀를 쫑긋 세우고
—《시문학》2012년 7월호.
2012 한국현대시작품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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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 본명 이인선. 경북 문경 출생. 2007년 《시문학》등단. 2011년 제8회 푸른시학상 수상. 서경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졸업. 시집『빨간 손바닥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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