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월명(月明) - 박제천

여만 2012. 10. 31. 09:00

월명(月明)

   박제천
 




한 그루 나무의 수백 가지에 매달린 수만의 나뭇잎들이 모두 나무를 떠나간다

수만의 나뭇잎들이 떠나가는 그 길을 나도 한줄기 바람으로 따라 나선다

때에 절은 살의 무게 허욕에 부풀은 마음의 무게로 뒤쳐져서 허둥거린다

앞장서던 나뭇잎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쩌다 웅덩이에 처박힌 나뭇잎 하나 달을 싣고 있다

에라 어차피 놓친 길 잡초 더미도 기웃거리고 슬그머니 웅덩이도 흔들어 놀밖에

죽음 또한 별것인가 서로 가는 길을 모를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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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천 1945년 서울 출생. 동국대 국문과. 1966년 『현대문학』 추천 등단. 시집으로 『장자시』『나무 舍利』『SF-교감』등. 저서 『마음의 샘』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강우식 공저) 『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한국의 명시를 찾아서』등이 있음. 『박제천시전집(전5권)』현대문학상, 녹원문학상, 월탄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시협상, 공초문학상, 동국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