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앞 - 이수익

여만 2012. 9. 13. 09:00

 

   이수익

 

 

 

나는

앞이 좋다

참으로 더할 나위 없는

전진의

앞,

가슴을 송두리째 부대끼면서 환히

비바람으로 맞는

맨 정신의

앞,

그 앞이 좋다

 

뒤를 돌아보지도 말자

또는 옆을 바라보지도 말자

오로지

최전선의 앞을 향하여

끝없이

굴복하자

 

정면으로 날아드는 무더기 돌팔매에

피투성이가 되도록 온몸을 얻어맞아도

산산이 부서져도

앞은

그래, 끝없이 앞이다

 

당당하게

내가 서야 할 자리를 비켜다오

앞,

내가 돌아서지 못할 최후의 앞

 

           —《현대시》201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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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익 / 1942년 경남 함안 출생.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우울한 샹송』『푸른 추억의 빵』 『꽃나무 아래의 키스』『처음으로 사랑을 들었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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