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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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 1950년 경남 하동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설굴암에 오르는 영희」당선.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첨성대」당선.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위령제」당선.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슬픔이 택배로 왔다』등 1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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