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여념 -유수연

여만 2023. 3. 8. 16:41

공양

 

 유수연 

 

 

 

 

같은 돌인데 개를 닮은 돌에는 아픔이 느껴졌다 같은 돌인데 사슴을 닮은 돌에는 들판이 느껴졌다 같은 돌인데 천년 왕릉을 지킨 석상에는 영원이 느껴졌다

 

그래도 영원한 건 없다

 

금색의 부처가 앉아 있다

 

계신다 생각하면 부처는 계신다

그러나 없음까지도 생각에서 지워야 한다

 

수많은 여념이 쌓였고

돌도 털어보면 먼지가 났다

 

이곳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해버렸다

그 틈에 떨어뜨리자 맑은 종소리가 났다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202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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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 / 1994년 강원도 춘천 출생. 안양예술고 졸업.

명지대 문예창작과 3학년 휴학 중 2017년 〈조선일보〉신춘문예에 시 「애인」 당선.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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