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
유수연
같은 돌인데 개를 닮은 돌에는 아픔이 느껴졌다 같은 돌인데 사슴을 닮은 돌에는 들판이 느껴졌다 같은 돌인데 천년 왕릉을 지킨 석상에는 영원이 느껴졌다
그래도 영원한 건 없다
금색의 부처가 앉아 있다
계신다 생각하면 부처는 계신다
그러나 없음까지도 생각에서 지워야 한다
수많은 여념이 쌓였고
돌도 털어보면 먼지가 났다
이곳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해버렸다
그 틈에 떨어뜨리자 맑은 종소리가 났다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202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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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 / 1994년 강원도 춘천 출생. 안양예술고 졸업.
명지대 문예창작과 3학년 휴학 중 2017년 〈조선일보〉신춘문예에 시 「애인」 당선.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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