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벽의 고양이
손택수
나비가 꽃에게로 착지할 때 휘청, 이는 꽃대와 꽃대의 과민이 무안하지 않게 짱짱한 봄햇볕처럼 빳빳해지는 고양이의 수염, 뒤에서 뒷짐 지고 넌지시 목을 빼고 있는 나를 의식하였던가 꽃이 나비를 흔들고 팔랑, 나비가 고양이를 뛰어오르게 하고, 채송화 톱니 같은 발톱을 마음먹고 착 내밀었다가 아차, 소득 없는 도약에 뭔가 계면쩍고 머쓱하여서는 고개를 틀며 살짝 웃은 것 같은 순간
어여뻐라
꽃과 나비와 고양이와 내가
한 숨결로 이어진 잠시,
꽃과 나비와 고양이와 내게
몰입 중인
누군지 모를 네
숨결까지를 붙들고
—《웹진 문장》 202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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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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