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설탕은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임승유
각설탕을 깨물어 먹고 싶었던 적이 있다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읽었던
여자들의 가슴과 사내들의 아랫도리
이건 가학적인 포즈로 읽히기 십상이지
당신에겐 슬리퍼가 필요해요
릴랙스 릴랙스
어제 잡은 물고기, 라테, 빨간색이 사라진
귀여운 당신의 팬티
눈이 내린다
온몸을 던져 만들어내는 흰색들
티스푼으로 몇 날 며칠을 저어도
이상해요
달콤한 당신을 보면
나는 당신의 두 손을 만져보고 싶어져요
혼자 뒤뜰에서 벙그러지는
아름다운 꽃들처럼
속임수는 견딜 수 없게 아름다워요
내 치명적인 약점은 아름다움을 믿지 못한다는 거예요
에이프런을 두른 소녀가
밤새 당신의 창가에서 성냥을 그어대고 있어요
믿을 수 있겠어요?
당신이 우적우적 깨물어 먹고 있는
불빛 불빛들
———
* 롤랑 바르트,「카메라 루시다」중에서.
—시집『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201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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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유/ 1973년 충북 괴산 출생.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11년《문학과사회》신인상에 「계속 웃어라」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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