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이사 - 신현정

여만 2011. 7. 20. 03:08

 

이사

     신현정(1948~2009)


나 이사를 많이 하였다
이제 한 번 더 집을 이사해야 할 일이 남았다며는
달팽이집으로 가려고 한다
달팽이집에 기거하면서
더듬이를 앞장 세워
깃발들 느릿느릿 지나가게 하고
길가에 나무들
느릿느릿 지나가게 하고
초록을 느릿느릿 지나가게 하고
분홍을 느릿느릿 지나가게 하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