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은유의 잠 - 수피아

여만 2011. 7. 8. 09:34

 

은유의 잠

                          수피아

 

썩어가는 나뭇잎처럼 나른한

은유에 누워 잠이 들었어

 

 

사람의 길이 보이지 않아

 

 

입산금지 후 숲에는

오지도, 가지도 않게 된

사람의 길이 사라지고

나무의 길, 꽃의 길, 벌의 길이 생겼어

썩어가는 나뭇잎이어서 새로 생긴 길이 좋아

오지도, 가지도 못하도록 사라져버린

길 위에

떠나버린 당신의 말[語]

노란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걸 보았어

 

 

이제 당신과 다른 방식의 언어야, 나는

 

 

바람이 몸을 비틀어 깨울 때까지

은유에 누워 썩어가는 나뭇잎이거든

  

 

                           —《문학청춘》201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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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아 / 본명 박영란. 1968년 전남 고흥 출생. 2007년 《시안》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