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잠
수피아
썩어가는 나뭇잎처럼 나른한
은유에 누워 잠이 들었어
사람의 길이 보이지 않아
입산금지 후 숲에는
오지도, 가지도 않게 된
사람의 길이 사라지고
나무의 길, 꽃의 길, 벌의 길이 생겼어
썩어가는 나뭇잎이어서 새로 생긴 길이 좋아
오지도, 가지도 못하도록 사라져버린
길 위에
떠나버린 당신의 말[語]이
노란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걸 보았어
이제 당신과 다른 방식의 언어야, 나는
바람이 몸을 비틀어 깨울 때까지
은유에 누워 썩어가는 나뭇잎이거든
—《문학청춘》201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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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아 / 본명 박영란. 1968년 전남 고흥 출생. 2007년 《시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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