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연대
강영은
돌 위에 돌을 얹고 그 위에 또 돌을 얹어
궁극으로 치닫는 마음
마음 위에 마음을 얹고 그 위에 또 마음을 얹어
허공으로 치솟는 몸
돌탑은 알고 있었다.
한 발 두 발 디딜 때마다 무너질 걸 알고 있었다.
무너질까 두근거리는 나를 알고 있었다.
그건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므로
조그만 돌멩이를 주워
마음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태어나기 전의 돌탑을
태어난 이후에도 기다렸다.
한곳에 머물러 오래 기다렸다.
돌멩이가 자랄 때까지
돌탑이 될 때까지
―시집 『너머의 새』 2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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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 200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녹색비단구렁이』 『최초의 그늘』 『풀등, 바다의 등』 『마고의 항아리』 『상냥한 詩論』 『너머의 새』 외 2권, 시선집 『눈잣나무에 부치는 詩』, 에세이집 『산수국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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