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시간의 연대 -강영은

여만 2024. 3. 24. 09:10

시간의 연대 

 

    강영은

  

 

돌 위에 돌을 얹고 그 위에 또 돌을 얹어

궁극으로 치닫는 마음

 

마음 위에 마음을 얹고 그 위에 또 마음을 얹어

허공으로 치솟는 몸

 

돌탑은 알고 있었다. ​

 

한 발 두 발 디딜 때마다 무너질 걸 알고 있었다.

무너질까 두근거리는 나를 알고 있었다. ​

 

그건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므로 ​

 

조그만 돌멩이를 주워

마음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

 

태어나기 전의 돌탑을

태어난 이후에도 기다렸다. ​

 

한곳에 머물러 오래 기다렸다. ​

 

돌멩이가 자랄 때까지

돌탑이 될 때까지

 

 

        ―시집 『너머의 새』 2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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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 200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녹색비단구렁이』 『최초의 그늘』 『풀등, 바다의 등』 『마고의 항아리』 『상냥한 詩論』 『너머의 새』 외 2권, 시선집 『눈잣나무에 부치는 詩』, 에세이집 『산수국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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