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詩 /각시붓꽃

가을 편지

여만 2021. 3. 5. 16:15

가을 편지

 

 

 

잠결에 듣는다

고욤나무 마른 이파리 마당을 비질하는 소리

 

자정 지나 어둠이 꽉 들어찬 방안

가까스로 나는 견디는 중이고

내 몸을 둘러싼 이 고요

아침이면 아무 일 없다는 듯

나는 티끌 한 점 없는 마당에 가만가만 찍히는

발자국 무늬가 당신이었으면, 하다가

그만둔다

 

꿈속인 듯 밤새

태어나는 수천수만의 소리들

 

 

- 시집 『각시붓꽃』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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