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잠결에 듣는다
고욤나무 마른 이파리 마당을 비질하는 소리
자정 지나 어둠이 꽉 들어찬 방안
가까스로 나는 견디는 중이고
내 몸을 둘러싼 이 고요
아침이면 아무 일 없다는 듯
나는 티끌 한 점 없는 마당에 가만가만 찍히는
발자국 무늬가 당신이었으면, 하다가
그만둔다
꿈속인 듯 밤새
태어나는 수천수만의 소리들
- 시집 『각시붓꽃』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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