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詩 /각시붓꽃

손편지

여만 2021. 3. 3. 16:28

손편지

 

 

 

 

편지를 쓴다

내 이야기가 당신의 뽀얀 속살에 문신처럼 박혔으면 좋겠다

 

당신의 안부가 묻어왔을지도 모를 바람이 분다 내가 당신 뺨을 어루만지듯

마당 가 노랑원추리 꽃잎은 연신 허공을 문지른다

 

편지를 쓰며 나는

내 손등을 따뜻하게 만지다가 사라져버린 날들을 떠 올린다

 

둘이서 걷던 모든 길 위에는

마냥 환한 꽃등처럼 밤의 기억들이 서려 있는데

 

자꾸만 할 말은 엇나가서

썼다 구기고 썼다가 다시 버려진

 

꼬깃꼬깃해진 언어들이 밤새 돌무덤처럼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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