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
편지를 쓴다
내 이야기가 당신의 뽀얀 속살에 문신처럼 박혔으면 좋겠다
당신의 안부가 묻어왔을지도 모를 바람이 분다 내가 당신 뺨을 어루만지듯
마당 가 노랑원추리 꽃잎은 연신 허공을 문지른다
편지를 쓰며 나는
내 손등을 따뜻하게 만지다가 사라져버린 날들을 떠 올린다
둘이서 걷던 모든 길 위에는
마냥 환한 꽃등처럼 밤의 기억들이 서려 있는데
자꾸만 할 말은 엇나가서
썼다 구기고 썼다가 다시 버려진
꼬깃꼬깃해진 언어들이 밤새 돌무덤처럼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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