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발 없는 발처럼 꽃이 피고 - 손현숙

여만 2011. 3. 4. 11:00

발 없는 발처럼 꽃이 피고 

                       손현숙


나팔꽃 피고 나팔꽃 지고 나면, 분꽃 피고 분꽃 지고, 나비가 팔랑 허공에 두어 개 동그라미 거는 사이, 어스름 저녁이 오면, 달맞이꽃 땅 위에 한 점 별로 뜨고, 밤, 강 건너 마을 채송화처럼 빛무리 흐드러져 흔들리고, 무늬지어 흐려질 때, 새들은 깃을 치고, 달맞이꽃 입술 꼭 다문 채, 새벽으로 스미는 황도광, 나팔꽃 씨앗은 영글어 새까맣게 깨물려, 무서워라, 발 없는 발처럼 꽃 피고 또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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