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유지소
내 음성이 “너·무·해” 하고 너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 네가 사라져버렸어 왜냐하면, 동시동작으로, 내 마음이 “너·無·해”라고 단호하게 너를 삭제해 버렸거든
그때, 기우뚱거리는 몸을 나무에 기대지 말았어야 했어 나무가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쿡쿡,
나를 <나·無>로 인식했거든 나도 삭제되고 말았어
너도 없고,
나도 없고,
나무만 있었어
천 개의 혓바닥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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