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늪 -유지소

여만 2011. 2. 19. 23:06

                         유지소

 

내 음성이 “너·무·해” 하고 너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 네가 사라져버렸어 왜냐하면, 동시동작으로, 내 마음이 “너·無·해”라고 단호하게 너를 삭제해 버렸거든

 

그때, 기우뚱거리는 몸을 나무에 기대지 말았어야 했어 나무가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쿡쿡,

 

나를 <나·無>로 인식했거든 나도 삭제되고 말았어

 

너도 없고,

 

나도 없고,

 

나무만 있었어

 

천 개의 혓바닥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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