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불타는 숨바꼭질 - 추프랑카

여만 2018. 1. 18. 08:00

불타는 숨바꼭질

 

    추프랑카

 

 

 

   봄은 장님 누드처럼 남아돌고 또 한 번 넘치는 반원과 반원을 맞추어 볼까요 장님의 누드는 뒷면에서 그리는 것 엉덩일 누르면 솟아오르는 초상화, 장님 초상화는 배꼽 속 손가락으로 휘저어요 색색 매니큐어 칠한 밀랍 같은 잠이 무지갤 띄울 때까지

 

  배꼽이 불타는 숨바꼭질 품고 있어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의 발걸음으로 한 바퀴 돌아볼까요

 

   가만가만 걷다보면 가지런한 눈썹 반듯한 이마 볼 코 당신의 가장 은밀한 곳 만지는 기분, 입술이군요 붉은 색, 담장 위의 빨간 꽃, 꽃 피는지 지는지 벌려봐야겠어요 스르르 수꽃술의 시간이 내 손가락 스쳐요 더듬더듬 좀 더 미끄러져 볼까요 아- 귀군요 분홍 젖꼭지로 귀걸이 매단 귓불이 처지고 있군요 째까닥째까닥, 바람도 없는데 귀걸이가 흔들리고

 

   젖이 쏟아지면 어떡하죠 어서 오세요 내 사랑 하얀 철쭉이 피어나는 젖이 펑 쏟아지면 어떡하죠 나 혼자는 감당 못해요 내 사랑 오세요 어서 지금은 열아홉 개씩 켜지는 봄,

  


                ⸺《2017 신춘문예 당선시집 

                 사람의 문학2017년 봄호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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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프랑카 / 1966년 경북 달성 출생. 2017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