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오는 날
장석남
날이 뜨겁던 이유를 서로 풀어 놓으니
스물 안팎 친구에게 그런 이유란 없다 하고
노인은 비가 오려 그랬다 하네
나비는 꽃을 부지런히 순회하던가?
꽃은 나비를 야단쳐서 보내던가?
비는 여러 가지 얘기를 한꺼번에 쏟다가
아무 귀담아 들을 얘기는 없다고
웃고는 가네
뉘우침 후처럼
맑고 서늘한 길가에 바위
놓여 있네
—《시로 여는 세상》201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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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 1965년 인천시 덕적 출생.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젖은 눈』『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뺨에 서쪽을 빛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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