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 나무는 바다를 향해 45도 기울고
김종미
저 나무를 이해하지 못하겠어
바다로 뛰어내리려는 것인지
안간힘으로 버티는 것인지
긴 스커트 아래 뿌리를 이해하지 못하겠어
단단한 땅을 움켜쥔 것인지
뿌리치는 것인지
뽑혀 올라온 뿌리만큼 솟구쳐 올라온
얼굴 붉은 흙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잡아끄는 것인지
쫓아내는 것인지
저 나무는 내게 하얀 백지를 나누어 주네
오답이 정답이고
정답이 오답인 시험을 치르게 하네
웃는지 우는지 도저히 모를 표정을 짓는다면
그건 얼굴의 극점일 거야
저 나무는 감정의 극지에 살고 있네
사투와 체념 사이
숨넘어가는 짐승 한 마리 발톱을 긁고 있네
—《시와 정신》201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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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미 / 1957년 부산 출생.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새로운 취미』『가만히 먹던 밥을 버리네』. jongmi50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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