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가슴의 서랍엔
강인한
당신의 예쁜 가슴
이 귀여운 단추를 혀끝으로 감아서
아래로 아래로 주욱 끌어내리면 발바닥이 간질간질.
초록빛 보드라운 융단에
실로폰처럼 퐁퐁 튀어 오르는 소리
색색의 빗방울을 내리는 눈 까만 구름들이 있을 거야.
이 달콤한 단추, 혀끝으로 눌렀다가
단숨에 열어보는 서랍엔
쏟아질 듯 위태롭게 번쩍이는 아, 눈부신 천둥 번개가 한 쌍.
한 겹 한 겹 당신의 몸을 벗기면
한 마리 참새만큼 작아지고 작아져서 홀연히
모아 쥔 두 손아귀를 새어나오는 유월의 장미꽃 한 다발.
당신 가슴의 서랍을 열면
어떤 알 수 없는 기류가 회오리바람을 불러오고
그 바람 속에 날뛰는 눈보라가 있고
엎질러지려는 찰나의 취한 바다가 토끼처럼 웅크려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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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시각》 201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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