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해요?/초록섬 스케치

자~, 바통 터~치!

여만 2013. 6. 6. 21:39

야호, 여름이다.

피고 지는 꽃들을 보니 여름임을 실감한다.

 

집 뜰에는 봄꽃 지고 여름꽃들로 바통터치 중!

 

자, 바통 잘 받아라. 

 

   노랑 달맞이꽃 하나 벙글었다. 제일 일찍 교문을 나선 녀석이다. 

 

 

 

 뒤로 보이는 것, 열심히 노랑물 밀어올리는 녀석들 무리지어 모여있다.  

간간이 핑크빛 끈끈이꽃대나물도 보인다.

핑크빛 하니 누군가의 작은 입술 빛 같아 나도 몰래 미소가 떠오른다.    

 

 

 

  다 피고 나면 자그만 화단은 이렇게 노랑바다가 될 것이다.  

 

 

 

 달맞이꽃 옆으론 낮달맞이꽃이 한쪽으로 몰려 피었다. 

친블 경린님의 낮달맞이꽃 사연을 접해서 인지 더욱 가련한 생각이 들어 연민이 가는 녀석이다. 

꽃말 대로 가냘프게 내민 목이 어쩐지 애타게 님을 기다리는 슬픈 여인 같다.    

 

 

 

 당귀꽃도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향기가 독특해 닭백숙을 끓이거나 새순은 봄 쌈용채소로도 제격이다. 

그래서 올봄 다른 여러 쌈채소와 함께 내 입맛을 돋궈주던 고마운 녀석이다.  

 

 

 

 소나무 밑에는 까치수염이 곳곳에 자기세력을 뻗어 굳굳하게 지키고 있다. 

막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다 피면 장관일 것이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녀석들 엉뚱하게 이름을 불렀었다.

'노루오줌'이라고......

이 놈들 얼마나 속으로 서운했을까? 

 

 

 

 

 접시꽃도 머지않아 뜨겁게 키워낸 마음, 붉게 토해낼 것이다.

입을 열듯 말 듯 고백을 망설이다 어금니를 굳게 다문 누군가의 입술 같다. ㅋㅋ  

 

 

 

 나리꽃도 땡볕에 땀 뻘뻘 흘리며 제 맘을 키우고 있다.

근데 이 녀석들은 같은 백합과이면서도 백합이 백옥 같은 얼굴인데 반해 얼굴에 검은 주근께 투성이다. 어느 시골 순박한농부의 얼굴 같다는 게 내 생각, 솔직히 촌스러워서 더욱 정감이 간다.

그래서 이 놈들 얼굴이 얼른 보고 싶다.

 

 

 

 원추리꽃이다. 이 녀석은 나리꽃에 비해 노랑 얼굴이 잡티가 없어 귀족적이다.

잇해 전에 화단 중앙 널직한 곳에 심었는데 제법 무성해졌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작년에는 이 녀석 웃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산짐승인 고라니가 밤마다 내려와 새순을 다 뜯어 먹어버렸기 때문, 

그런데도 겨우 생명을 부지하고 이렇게 제법 손을 퍼트렸다.     

 

다행히 올해는 아예 초봄에 이 녀석 주변에 울타리를 쳐 놓았더니 아물 탈 없이 클 수 있었다.

이 놈들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게 될 날 몹씨 기다려진다.  

 

 

 

 훤칠한 키에 덩치가 제법인 이 녀석이 백합니다. 큰 트럼펫모양의 하양꽃이 매우 탐스럽게 핀다.

아직 꽃망울을 터트리기엔 기미가 멀다.

 

 

 

 자주달개비꽃, 올봄 집 마당 다른 곳에서 이리 이사를 시켰는데 뿌리 활착이 좋지 않은지 비실비실 하다. 힘겹게 몽오리를 밀어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구석 미안하고 안타깝다. 

꽃을 피우게 되면 몽올몽올 진자주빛 작은 꽃잎이 참 귀엽고 예쁘다.  

 

 

 

 야생 패랭이 꽃이다.

깊은 산골 아니고서야 요즘 산에서도 이런 야생 패랭이를 좀체 찾기 힘들다. 

이 녀석은 부모님의 산소가 있는 선산에 자라는 녀석인데,

몇 해전 초봄 산소를 갔다가 몇 뿌리 옮겨 심은 것.

이렇게 번식을 해 주었다.

씨로도 번식을 하는지 주변에는 잘디잔 어린 묘목들이 눈에 제법 띈다. 

잡풀로 알고 처음엔 뽑기도 했는데 조금 자란 걸 보고 뒤늦게야 알았다. 

꽃을 핀 빨강색 얼굴이 어서 보고 싶구나.       

 

 

 

 원두막 앞에 심은 미니 넝쿨장미다. 핑크빛 물든 얼굴이 참 곱고 어여쁘다. 

아고 귀여운 꼬맹이들아...... 

 

 

 

 이 녀석은 닥치는 대로 붙잡고 공중으로 기어오르고 있는 더덕이다.

서로 높이 오르기 대회라도 하는 양 열심이다. 

 

 

 

 이 녀석은 도라무리다. 밭 일부에 심었는데 우리 식구 특식으로 이용되는 편이며

매번 있는 제사 때마다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물론 자줏빛과 하양색의 꽃이 피면 장관을 이룬다.  

 

 

   

 얼마전부터 피기 시작한 꿀풀 꽃이다.

집 뒷마당도 앞마당도 꿀풀 잔치가 났다.

벌들도 나비들도 윙윙윙....... 달기도 단 모양이다.

손님들이 가장 많은 꽃이다.

 

하긴 어렷을 적 꽃잎 하나씩 거꾸로 빼어물고 쪽쪽 빨아먹던 꼬마시절이 생각난다.  

 

 

  엉겅퀴도 붉게 상기된 채 끙끙대며 꽃댈 밀어올리고 있는 것 보인다.

 

 

 

 

  이미 기운 잃어 노랗게 잎이 시들어 가는 복수초와 각시붓꽃을 사이에 두고 자리한 곳 한 자릴 차지하고 채송화과의 꽃이 자란다. 

미안하지만 아직 그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다. 

아름을 곧 알았으면 좋겠다. 

미안하다, 실은 너도 이쁘다, 고 해주마.  

 

  

  초롱꽃이다. 요즘 하양색 초롱꽃도 개중에는 많다.

그러나 야밤 무드를 잡을 때 키는 침실등 같아 나는 하양 초롱꽃보다 이 녀석을 더 좋아한다.

하양색은 하양색 대로 좋고 은은하게 붉은 빛이 감도는 이 색의 초롱은 또 이대로 운치가 있다.

그래서 세상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 아니던가.  

 

 

 

  꽃인동초다. 요즘 한창 웃는 일에 정신이 팔린 소녀들이 모인 벤치처럼 시끌벅적 하다. 

 

 

 

 마당 돌탑 주변으로 피어난 씀바귀꽃이다.

말 그대로 노랑 바다,  노랑바다, 노알바다, 노랑........

이 안 꽃에는 노랑 나비도 있는데 숨은 그림 찾기다. ㅋㅋ  

 

 

 

 요새 뒷 마당에는 한창 붉은 미소를 던지는 끈끈이꽃대나물도

 

 

 

 이 놈은 야생 어디서나 흔한 곰보배추다. 약이 된다는 소문에 봄이 되면 캐러 오는 사람 땜에 남아 나지 않는 녀석이다.

다행이 이 놈은 밭에다 심어 이렇게 꽃대까지 무성히 올렸다

 

 

 

 이 외에도 가시를 숨기고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얼굴을 내미는 엉겅퀴도

심지도 않았는데도 우리집까지 찾아와 제멋대로 눌러 앉은 망초대도

집 뒤 산언덕 자기네들 끼리 자지러지게 깔깔대는 찔래꽃도  

집 입구 군데군데 서 있는 비비추도

넘 이뻐 눈길조차 마주치기 힘든 양귀비도

모두모두 봄꽃들로 부터 바통을 받거나 받은 녀석들이다.

 

반갑고 반가운

고맙고 고마운 나의 식구들인 것이다.

해마다 제 철이면 어김없이 환한 웃음으로 찾아오는 이 녀석들 때문에

이 여름이 더 뜨겁고 더 무성하게 푸르러 갈 것이다. 

(20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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