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해요?/초록섬 스케치

딸기가 익자 여름이 왔다

여만 2013. 5. 30. 20:11

씀바귀꽃 피었다.

노랑물감 뒤집어 쓰고 오종종종 모여 있다.

 

마당의 잔디를 깎을 때에도

일부러 이놈들을 피해 깎고

올봄 축분을 좀 줬더니 

이제 제법 세력을 넓혀 큰 무리를 이뤘다.   

 

 

이 놈들은 흰 씀바귀다.

좀 귀하다 싶어 씨를 구해와 뿌렸는데

이렇게 이쁘게 피어 반긴다.

반갑고 고맙다, 그래 그래.

 

 

마당에는 이름을 불러주지 못해 상기되어 피어나는 꽃들도 있다.

데려다 살 자리를 마련은 해 주었지만 이름을 잘 몰라

아직까지 뭐라 불러주지 못한 탓인지 저놈들 올해는 유난히 웃음이 붉다.

어쨋거나 너도 반갑다.

 

곧 이름을 불러주마, 겨우 위로를 했다.

 

이 붉은 꽃들은 작년에 모 대학 교수로 퇴직한 동네 분이 포기를 나눠주어 심은 것이다.

 

이 놈들을 보노라면

유달리 붉은 색 머플러를 좋아하시던 엄마가 생각나고

발그레한 립스틱을 바른 누군가의 입술이 떠오르고

발갛게 익어가는 노을을 좋아하는 어느 여인이 떠오르다가  

 

또 한편으로는

해가 기우뚱 몸을 뉘는 어스름녘

까르르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리며 교문으로 쏟아져 나오는 

앳된 여중생 소녀들이.....

생각나고 생각난다. 

  

 

 

집앞 골목에 심은 가막살나무꽃이다. 

꽃필 때 이놈에게선 남자의 향기가 난다. ㅋㅋ

이해를 못하는 사람을 돕고자 사족을 달자면 꽃에서 밤꽃냄새가 난다. 

  

여인들이 이놈 앞을 지날 때면 꼭 코를 가까이 대보는 걸 보면

짓궂다는 생각이 든다.

익은 열매는 강강수술래를 하듯 원형으로 빨갛게 달린다.  

 

 

엉겅퀴꽃도 맺혔다.

이놈이 주렁주렁 꽃을 매달 때쯤이면 아마도 선풍기를 꺼내야 하리라. 

 

 

집 뒤뜰에 제법 너른 면적을 차지하고 군락을 이뤄 자라는

꿀꽃이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자줏빛 얼굴이 곱다.

 

이놈들은 조개나물꽃처럼 계속 꽃송이를 밀어올리며 피어

비교적 얼굴을 오랫동안 볼 수 있다. 

 

이놈들 집 주변 이곳저곳으로 번져 많은데

이름처럼 집안에 꿀물이 넘쳤으면 좋겠다. ㅎㅎ

  

 

 

내가 오래 앉아 작업하는 책상이 있는 곳엔 한 팔 쯤 건너 창문이 있다. 

이 창문 바로 앞에는 라일락 나무가 자라 해마다 5월 초순이면 은은한 라일락향을 선물하곤 한다. 

 

그 라일락나무 아래 자라는 작약이다. 

 

꽃봉오리가 송올송올 맺혀 있고 그 중 한 송이는 나를 보자

금방 해맑게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나도 따라서 금세 얼굴이 환해 진다. 

     

 

 

집 뒤켠에는 농사용 간이창고가 있다.

간이 창고 위로 번지는 담쟁이덩굴이 무성하다. 

 

여기에는 능소화도 함께 자라는데 얼마지 않아 그 녀석들도 

나를 보고 환한 웃음으로 반겨줄 것이다. 

  

 

 

집 뒤 텃밭에 심은 옥수수도 이렇게 많이 자랐다. 

닭장의 계분을 주어 그런지 건강하게 잘도 자란다. 

한 여름 시원한 농막에 둘러앉아 우리 부부는 하모니카를 불어재낄 것이다. 

악보를 무시하고 불러도 징그럽게 맛있는...... 

   

 

히야~~!!!

내가 가장 싫어하는 딸기다.

한때 나도 좋아했지만 내가 힘이 떨어지면서 부터 문제가 생겼다.

왜냐하면 아내는 언젠가 부터 이놈들을 나보다도 더 좋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네끼, 고이얀~~!!!!ㅋㅋ

    

 

발그레 익어가는 딸기 빛깔이

마치 막 사랑을 알기 시작한 '소나기'에서 나오는 그 소년의 얼굴 같다. 

 

옛적 KBS던가9(그 당시에는 kbs2가 없었음) 티비 문학관에서 방영할 때 보았던.....

 

참 풋풋하고 서정적인 프로였는데 

난 그 프로를 유별나게 좋아했었다. 

 

암튼 아직 단 한 번도 따지 않은

첫 과일이 될 것이다. 

 

이걸 따서 누굴 줄까? ㅋㅋ

그렇지~!!!!

이럴 때면 반드시 떠오르는 얼굴 하나.......

 

어거 먹고 우리 건강하게 늙어갑시다.

알았죠? ㅎㅎ 

   

 

닭장에는 오늘 갓난 달걀이 보인다.

딱 세 개.....

그대 하나 나 하나

그리고

하나는 멀리서 오신 귀한 손님 하나. ㅎㅎ

 

 

초봄에 깬 병아리가 이만큼 자랐다.

한 마리는 도중에 자결?하고 세 마리가 자라고 있는데

여기서는 두 마리만 놀고 있다.

 

물론 토종이라서 그다지 몸집이 크지는 않다. 

누구는 내 안부보다 저 병아리 얼마나 자랐을까,

안부를 묻는 이도 있다.

나보단 펜이 많은 꽤나 인기가 있는 놈들이다.  ㅋㅋ 

 

 

이녀석 어미닭은 따로 논다. 

신랑 곁에서 졸졸졸 저렇게..... 

 

어미닭 세 마리는 닭 산부인과(?)에서 출산에 들어 갔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조금 전까지 10마리가 깨어났다는 전갈이다. 

몇 일이 지나면 아마도 한 20여 마리는 족히 태어날 것이다.

물론 희망사항이겠지만...... 

 

병아리 떼 종종종.....

삐약이는 거 곧 뉴스를 타리라.  

 

 

 

여기서 잠깐~!!!

궁금한 분들을 위하여....

산부인과 병실은 이렇다. 

 

 

저기 저 철망 사이로 병아리 한 마리 나와

놀고 있는 거 보인다.

 

아직 어려 어미닭이 잔득 경계하므로 촬영이 어렵다.

궁금해도 조금 참아야지.....ㅎㅎ

 

 

얼마전에는 딱새가 내가 지어준 새집에서 저렇게

새끼를 낳아서는 잘 키워 나가더니 

올봄 우리집에는 여러모로 경사가 났다. 

 

부부가 금슬 좋게 알콩달콩 이렇게

알을 낳아서는

 

 

딱새 다섯 마리가 먹이를 달라고 크게 입을 벌리고 있다. 

귀여운 녀석들....

 

이렇게 금이야 옥이야 키우더니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서는

 

 

 

 

급기야 어느 화창한 봄날 길일을 골라 이놈들 이사를 했고

지금은 텅 비었다.

 

 

 

 다 떠나고 이렇게 덩그러니 빈 둥지만 남았다. 

(요건 4월에 찍은 것임. ㅋ) 

 

 

뒤뜰엔 향그럽게 딸기 익어가고 

앞마당 잔디를 올해들어 벌써 두 번이나 깎았으니

이제 성큼성큼 여름이 올 것이다.

 

 

이렇듯 꽃피고 번성하며 맞는 여름, 즐겁다.

그리고 마음 속 생각나는 사람, 타사튜더를 닮은 그 사람과도 같이할 수 있다면 

 

더더욱 기쁠 테지만.....   

미래가 있으니 기다려야지. ㅋㅋ

(2013.5.30) 

 

'요즘 뭐 해요? > 초록섬 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짓말처럼 비가 내렸다  (0) 2013.06.04
비가 오려나 보다  (0) 2013.06.03
비포(before)& 에프터(after)   (0) 2013.05.29
함초와 나문재  (0) 2013.05.26
수국과 붓꽃  (0) 201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