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그림자 - 배영옥

여만 2011. 10. 11. 11:00

 

                        

그림자

                배영옥

 

 

왜가리가 물속을 들여다본다

물결의 움직임을

두 눈과 긴 부리가 함께 본다

 

물속의 왜가리가

물 밖의 왜가리를 올려다본다

 

서로 바라보는 시선이 마주칠 때

 

머릿속에서 들끓는

간절함이여

 

서로 바라보다가

오직 보이는 것만 들여다보다가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몸 밖의 그리움이여

 

       — 시집 『뭇별이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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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옥 / 1966년 대구 출생으로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졸업. 1999년 〈매일신문〉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현재 ‘천몽’ 동인으로 활동. 시집 『뭇별이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