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 해무 내리는 선감산 아래 빨강지붕이 초록섬 나의 둥지다. 나는 여기에서 잃었던 건강을 되 찾았고 또 꿈길을 걷게 되었다. 말하자면 새 삶을 시작케한 둥지같은 곳이랄까?
옹기종기 집 몇 채 모여사는 작은 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약 200m 정도거리에 있다. 이 곳은 경기도 청소년수련원과 영어마을이 도보 5분여 거리에 있으며 집 앞 약 250여미터 거리에는 예술인의 요람, 경기 창작쎈터가 있어 사철 문화의 향기를 제공해 주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반농반어 생활을 하는데 포도가 주 작물이며 집 앞 약500m 거리에 바다가 있어 낙지, 바지락, 맛, 소라 등 적지않은 수산물들이 수확된다. 물론 전곡항. 탄도항이 자동차로 5분 이내의 거리에 있어 볼거리도 심심치는 않다. 또 한 가지 팁, 앞바다 누에섬으로 지는 낙조는 장관이어서 사진가들의 단골명소로 입소문이 난지 오래다.
바로 집 뒤로는 약 130만평의 경기도립 수목원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광활한 시화호가 펼쳐져 있어 온갖 들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진다. 어디 그 뿐인가. 낮밤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들짐승과 날짐승들이 살고 살아가는 천국이요 수많은 수생식물의 보고다.
그런데 이곳에도 개발바람이 불어 이미 송산신도시가 1700만평이나 되는 신도시를 조성키 위해 착공이 되었고, 전철이 들어온다 하고, 제2 수도권 외곽순환도로와 제2 서해안 고속국도가 지나가겠다 하고, 또 거기다가 해양산업단지가 조성되고 대규모 위락시설인 유니버설스튜디오가 2014년 개장 목표로 유치가 확정되었다는 소식까지 들리니 변화의 바람은 피하기 어려울 성 싶다.
시화호 방조제에는 올 8월 통수되는 조력발전소와 북단에 조성중에 있는 일명 MTV, 시화멀티테크노벨리 조성공사가 진행중인데, 덩치가 산만한 중장비들이 동원되어 바쁘게 일하고 있다. 그 곳에 인접해 송도 국제신도시와 인천공항이 연이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는 야간이면 먼 전등 불빛들이 밤하늘 별보다도 더 많이 떠 반짝반짝 거리는 곳이 되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2011.7.17)
멀리 빨간 지붕이 초록섬 산새농원이다
봄이면 온 사방에 눈물처럼 진달래 흐드러지게 핀다.
몇 해 전 집 텃밭 둑에 홍도화 한 그루 양재 나무시장에서 구해다 심었다. 지금은 많이 자라 봄이면 붉은 입술로 누구를 유혹하려는지 흐드러지게 핀다.
몇 해전 고향 산소에 들렸다가 시골장터에 들러 사 화단에 심었는데 한 해 꽃 보고는 그 다음 해 부터는 보지 못했다. 누가 예뻐서 몽땅 옮겨 가 버렸다. 보고 싶다. 지금은 뉘 집 화단에서 웃고 있을지......
봄이면 집 앞 원두막 옆 대나무 숲가에는 복사꽃 매화꽃이 해마다 향그럽다.
나는 이 붉은 꽃이 무슨 꽃인지 그 이름을 모른다. 작고 붉은 이 꽃은 봄, 가을 두철에 걸쳐 피는데 집 입구 길 옆으로 길게 줄을 서 나의 오고 감을 반긴다. 나는 입구와 집 구석 구석에 밭에서 나는 자갈로 자그만 돌탑을 쌓고, 솟대를 만들어 세우고, 산새둥지를 곳곳에 만들어 놓았다. 맑은 새소리가 듣고 싶어서....
우리 집 바로 입구에 설치한 우체통이다. 이사 올 때 오토바이수리점에 들려 쓰다 버린 오토바이 수납장을 구하고 포도말뚝을 구부려 용접해 대강 세웠다. 우체부가 뭔가하고 혹 햇갈릴까 봐 뚜껑에 '소라귀'라 쓰고, 또 혹 우편배달부가 소라귀? 할까 봐 친절하게 '우편함'이라 써 놓았다. 또 등기우편 오면 전화하라고 전화번호도.... 그러나 맨날 청구서나 받아 들고 서 있는 저 놈, 얄밉다.
얼마전 나는 조각품 하나를 구해 와 원두막 앞 나무 아래 놓았다. 풍만한 여인의 앉은 모양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평소 조각품을 좋아하는데 비싸서 욕심껏 살 수 없어 문제다.
나는 올 해 초 이천에 있는 석물상에 들렸다가 돌확독 하나 구해왔다. 그 날 2개월분 용돈 다 털리고 그 날 이후 고생 많이 했다.
하, 이 게 웬 일, 내가 만든 새 둥지에 딱새가 둥지를 틀더니 알 다섯 개를 낳았다.
딱새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다.
한 보름 쯤 지나자 드디어 딱새 새끼 모두 부화하는데 성공했다. 생명의 탄생, 눈부시다. 귀엽다.
카메라를 들이밀자 아무 것도 모르는 새끼 새들이 먹이주는 줄 알고 입을 벌린다. 세상물정 모를 때가 천국인 게지.
언젠가 초롱이가 새끼 다섯마리를 낳았다. 젖 먹는 폼이 앙증맞다. 부처가 따로 없다.
원두막 앞에 쌍사자 석등을 사다가 설치 했다. 아내 몰래.... 운치는 있는데 이 것 사고 나서 아내에게 무지 잔소리 들었다. 저 이는 맨 날 저런 것만 사다 나른다나 뭐라나..... 그러나 지금은 아무 말 없다. 자기도 좋은 모양이다.
이곳 저곳에 설치해 둔 새 둥지들.... 먼 허공을 응시하며 새들을 부르고 있다.
이제 가을이다. 과꽃과 코스모스가 피어 반기고 있다. 난 꽃이 좋다. 이 길이 좋다. 멀리 밭에는 잘 자란 들깨밭이 보인다. 나는 농사에 서툴러 들깨 같은 비교적 재배가 쉬운 작물을 골라 재배한다.
집 입구에 과꽃과 연꽃이 보인다. 모딜리아니 작품(물론 이미테이션)도 보인다. 참고로 나는 모딜리아니 작품을 무지 좋아한다.
저기가 산새농원 정문이다. 나는 대문을 설치하지 않았다. 자그만 통나무로 주인이 있고 없음을 표시해 둘 뿐. 돌 하르방이 어서오라 환영하고 복길이가 반기는 우리 집이다. 나는 저 하르방을 2년 전에 구하며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다. 친구가 사 준 거라고. 거금을 주었는데 이걸 구하고 빚 갚느라 한 1년은 용돈 때문에 고생했다.
2년전 늦 가을에 앞 마당에 소나무 몇 그루 구해 심었다. 10년생 단감나무 한 그루와 등굽은 소나무 한 그루, 그리고 적백 철쭉을 심었다. 겨울도 겨울이지만 이른 봄에 창밖을 내다보는 운치, 미소를 더해주니 말해 무엇하리....
우와, 겨울이다. 농원이 온통 하얀 색이다.
오늘은 돌하르방도 가슴과 팔에 흰 털실 옷을 입고 섰고
모딜리아니 작품 여인상도 흰 모자를 쓰고 있다.
댓잎은 삭풍에 칼울음 소리를 짓는데 온 산이 눈 세상이다. 눈 눈 눈,누가 보내 온 말씀인지......
추워 그런지 흰 눈을 뒤집어 쓴 장독대가 서로 오기종기 모여 체온을 나누고 있다. "야, 너도 춥니? 너도? 이리 가까이 와.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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