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달의 뒤편- 장옥관

여만 2011. 6. 20. 18:15

달의 뒤편 - 장옥관(1955~ )

 

  등 긁을 때 아무리 용 써도 손 닿지 않는 곳이 있다 경상도 사람인 내가 읽을 수는 있어도 발음할 수 없는 시니피앙 ‘어’와 ‘으’, 달의 뒤편이다 천수관음처럼 손바닥에 눈알 붙이지 않는 한 볼 수 없는 내 얼굴, 달의 뒤편이다 물고문 전기고문 꼬챙이에 꿰어 돌려도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 더듬이 떼고 날개 떼어 구워 먹을 수는 있어도 빼앗을 수 없는 귀뚜라미 울음 같은 것, 내 눈동자의 뒤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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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웅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앞면만 보여준 달은 민낯을 볼 수 없는 여배우 같다 고. 파경(破鏡)을 맞아 서로를 비출 수 없는 연인들과 그들에게 마련된 가을날 긴긴 밤이 다 그렇다. 꿈에서 받아쓴 시구, 스페어도 없는데 그녀 앞에서 갑자기 날뛰던 심장…이 다 그렇다. 달의 뒤편이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