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하루에게 - 박주택

여만 2011. 4. 14. 13:56

하루에게

        - 박주택(1959~ )


너는 어디로 가서 밤이 되었느냐 너는 어디로 가서

들판이 되었느냐 나는 여기에 있다 여기서

이를 닦으며 귀에 익은 노래를 듣는다

존재를 알리는 그 노래는 추억의 중심으로 나를 데려간다

네가 살아 있을 때 나는 무엇을 했던가

전화를 받고 차를 마시고 또 무엇인가 두려워 마음을 졸였겠지

네가 가고 난 책상에 먼지가 한 꺼풀 더 쌓이고

건물들은 늙어 어제를 기억하는 데도 지쳤지

네가 풀잎이라면 나를 초원에 데려가는 게 좋겠다

더더욱 네가 그리움의 저편 석양처럼 붉게 타오른다면

나도 모르는 그리움 속으로 데려가 다오

그 속에서 온갖 그리움들을 만나 그리움의 기억을

가슴에 새기며 내가 왜 여기 서 있는지를

저 나무에게나 물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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