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안전원
침묵 속 다급히 수신호를 하는 그, 꼬깃꼬깃 하루 품삯 받아들고
어쩌다 집 어귀 포차 잔술에 얼큰한 날이면 미처 못 낸 달세 마음에 걸렸는지
어둠 속에다 흐릿한 혼잣말을 내뱉는다
까짓거 장기 파는 일만 아니라면 어디든 언제든 상관없다
사람들이 그를 넌 마네킹이야, 하고 놀려도 그깟 게 무슨 대수
차라리 주저앉을지언정 욱신거리는 통증쯤이야 꿀꺽 씹어 삼키고
차들이 포악하게 질주하는 고속도로 갓길 두 눈 부릅뜬 채 그는 임무 수행 중이다
목숨보다 중한 핏빛 막대 등 밝혀 들고
- 시집 『각시붓꽃』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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