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말, 말 -박명숙

여만 2016. 7. 8. 14:06

말, 말 

 

   백명숙

 

 

 

   말이다~ 나는 말이야 매일 열댓 시간을 내달린단다 냅다 앞만 보고 내달리지 때론 내 그림자를 보고 놀란 말맹키로 날뛰면서 두 앞발을 쳐들기도 하지 또 지레 빨간 것이 당근인 줄 알고 덥석 입에 물기도 한단 말이다 제멋대로이다가 상대를 알아채는 순간 곧 다분다분 해지는 말이란 말이다 폭 수그린단 말이지 만져주길 고삘 잡아주길 기다리는 순종하고픈 바로 그런 말이지 하지만 냅다 뒷발질도 해대는 말이란 말이다

   히잉, 하고 말이다 말이, 말이 될 때까지

 

—시집『말, 말』(201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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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명숙 /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원, '문학의 집‧서울' 詩낭송인 회원, 한국미술협회 회원. 시집 『말,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