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다음 날 새벽,
꽃밭을 살피는데 활짝 핀 박태기나무 아래 뭔가 있다.
저게 뭐지? 하고 살피는데 민달팽이다.
"맨땅에선 좀 그렇잖아요? "
"그럼 여긴 괜찮겠어?" ..... ㅋㅋ
주위를 아랑곳 않고 상수리나무이파리 무늬의 시트 위에서
서로 죽어라고 껴안고 있다.
쟤네들은 지금 온통 사랑하는 일에 빠져있다.
저 황홀하고 따뜻한 밀착, 이미 시트는 축축히 젖었다.
별일을 다 보게 된다. 본의 아니게.
나는 얼른 얼굴을 돌렸다.
그래 맞다.
낙엽 위에서 민달팽이가 저리 포옹하는 일도
오늘 아침이 이렇게 푸르른 것도
봄날이 눈물나리만치 아름다운 것도 모두 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속에,
단 한 시도 멈추지 않고.......
(2015.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