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해요?/초록섬 스케치

(19금)맨땅에선 좀 그렇잖아요?

여만 2015. 5. 1. 07:00

비온 다음 날 새벽,  

꽃밭을 살피는데 활짝 핀 박태기나무 아래 뭔가 있다.

저게 뭐지? 하고 살피는데 민달팽이다.

 

"맨땅에선 좀 그렇잖아요? "

"그럼 여긴 괜찮겠어?" ..... ㅋㅋ

주위를 아랑곳 않고 상수리나무이파리 무늬의 시트 위에서

서로 죽어라고 껴안고 있다. 

쟤네들은 지금 온통 사랑하는 일에 빠져있다.

저 황홀하고 따뜻한 밀착, 이미 시트는 축축히 젖었다.

 

별일을 다 보게 된다. 본의 아니게.

나는 얼른 얼굴을 돌렸다.

 

그래 맞다.

낙엽 위에서 민달팽이가 저리 포옹하는 일도

오늘 아침이 이렇게 푸르른 것도

봄날이 눈물나리만치 아름다운 것도 모두 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속에,

단 한 시도 멈추지 않고.......

(201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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