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1월 초순,
어느덧 초록섬에도 가을이 깊어 간다.
내가 이 세상에 와 몇 해째 연애하는 가을이던가.
어스름이 내리는 마당에서 나는 잠시 사색한다.
돌솟대를 칭칭 휘감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이 잔뜩 상기된 낯빛이다.
20대의 연인처럼 바짝 붙어 있다고 문득 연상이 들자
저 모습이 왜 그렇게 우스운지..... ㅋㅋ
신음소리 없는 저 전위, 저 달아오른 체온이 과연 대리석 속으로 스며들 수나 있을까?
"아이고 바보, 넌 바보야."
"사랑이란 결국 그런 게야."
숨 할딱이며 으스러져라 껴안아도 낯설기 만한 사랑은 있게 마련....
아무리 귀를 갖다대도 심장박동 소리 들리지 않는
오로지 칠흑이 지배하는....돌덩이.
"알아? 단단한 그 돌덩이 말야."
수많은 골목을 돌고 돌아 너를 만났지만, 결국
사랑이 뭔지를 모르는 바로, 여기, 누구처럼
담쟁이덩굴도 비로소 가을 늦게서야 알았나 보다.
저리 잔뜩 상기된 표정을 보니 말이다. ㅎ
빨강 함석지붕 위로 살짝, 얼굴을 내민 저 민낯, "누구야?"
오늘밤 야경이 좀 뭐하다 했는데 홀연 나타난 저 얼굴.....
나의 하루는 지쳤고
이제 막 집으로 돌아와 침몰하려는데 저기 저,
창백한......
밤을 여행하는
달의 바깥으로 여백이 차고 깊다.
그래 오늘밤은 나를, 너를, 더 알고 싶다. 아니다. 그냥
알고 싶지 않다.
홀로 이렇게
아무에게도 웅크리고 있는 내 모습 보이고 싶지 않다.
내일의 나,,,,,,
늘 그랬지만 떠올리려 했지만 이번에도 안개 속이다.
그래서 알고 싶지 않은 게다.
간간이 먹구름 끼었던 시간들이 이어지던 어제 그리고 오늘,
도 이제 닫히려 한다.
나는 애써 바깥을 지우고 여기 앉아 오랜 습관처럼 멀거니 먼 데를 본다.
달빛에 귀를 기울여도 본다.
무슨 말인가를 들려줄 것만 같은
저 달,,,,,
어둠에 잠식당한 들판은 점점 좁아지는데 어디선가,
문득 바람이 분다.북나무가 몇 남은 이파리들조차 버거운지 하나씩, 여러 개를 지운다.
미련없이, 털어낼 건 빨리 털어내야 한다는 듯.....
이렇게 가을은 깊어 가는데
어둑발 속에서 들리는 밤기러기떼 소리,
대체 이밤을 거슬러 어디를 나섰는지.....
어둡다가 점점 더 어둡다가 되는 시간, 아무래도 오늘은 저 어둠 속에 귀를 걸어두고 자야겠다.
(201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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