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요.
비가 와.
주룩주룩 오네요.
설핏 잠든 잠결에도
문득 깨인 새벽에도
그칠 줄 모르고 비가 와요.
아무도 없는데
저기 오시는 비는
쉼없는 누구의 이야기인가요.
비를 듣네요.
토도독 토도독,
잔잔하게 이어가는 귀에 익은 목소리.
오래 듣고 싶은 목소리처럼
비는 오시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한 마리 새소리
빗속에서 젖네요.
벌판에 번지는 무수한 빗소리를
오래 보고 있으니
비도 오래
더욱 더 오시네요.
아무도 없는데
아무도 없는데
하염없이
대책없이 떠오르는 얼굴 하나
빗속에 있네요.
오시는 저 빗속에
차갑게
비가 와요.
비가
비가
토독 토도독
저기, 저기 오셔요.
(2014.6.3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