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진담
김종미
한 마디 농담을 던졌는데 백 마디 진담이 뒤통수를 친다면
얼굴을 만지고 싶었는데 뺨을 후려치게 되었다면
키스하고 싶었는데 네 입 속에 혀가 없다면
이불 홑청을 뜯었는데 백 마리의 나방들이 날아 나왔다면
청첩장을 뜯었는데 한 장의 호곡성이 나왔다면
양말을 벗었는데 뒤꿈치가 닳아 없어진 발이 나왔다면
안경을 벗었는데 눈알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왔다면
농담이지요? 그렇지요?
호호호 웃다가
붉은 입술이 감싸고 있던 누런 이가 몽땅 빠져버린다면
—《시와 환상》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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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미 / 1957년 부산 출생.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새로운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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