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지독한 진담 - 김종미

여만 2013. 6. 3. 07:00

지독한 진담

 

 

   김종미

 

 

 

 

 

한 마디 농담을 던졌는데 백 마디 진담이 뒤통수를 친다면

얼굴을 만지고 싶었는데 뺨을 후려치게 되었다면

키스하고 싶었는데 네 입 속에 혀가 없다면

이불 홑청을 뜯었는데 백 마리의 나방들이 날아 나왔다면

청첩장을 뜯었는데 한 장의 호곡성이 나왔다면

양말을 벗었는데 뒤꿈치가 닳아 없어진 발이 나왔다면

안경을 벗었는데 눈알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왔다면

 

 

농담이지요? 그렇지요?

호호호 웃다가

붉은 입술이 감싸고 있던 누런 이가 몽땅 빠져버린다면

 

 

    —《시와 환상》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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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미 / 1957년 부산 출생.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새로운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