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조팝나무꽃과 정매가 피었다.
한두 개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오후에 퇴근해 보니 집안이 환해진 듯 하다.
사실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어쩌면 나에게 축복이다. 몸이 아프고 건강의 중요함을 늦게서야 깨달은 지금, 도시를 탈출해 이처럼 한가로운 전원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게 축복이 아니고 무어랴.
그러나 세상사 하나를 얻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는 법.....
금전적으로 여유롭다면야 더욱 좋겠으나 어디 세상사 다 얻을 수야 없지 않은가.
조금 궁핍해 불편한 거야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거려니 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유난히 꽃을 좋아했다.
꽃을 보고 싫다는 이가 세상에 어데 있을까만 말이다.
소 꼴을 뜯기다가도 들꽃을 들여다보다가 그만 소가 남의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뜯어 먹는 것도 모르고 밭 주인에게 아주 혼이 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아련한 추억이지만......
그래서 나는 이곳에 이사 와 맨 처음 가꾸기 시작한 게 화단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들꽃을 구해 와 심고 해마다 봄이면 사계절 꽃을 피우게 하기 위해 꽃나무 묘목도 사다 심었다. 물론 아내도 도움을 주어 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 묘목들이 제법 자라 하나 둘씩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이런 게 사는 즐거움이 아닐까?
사는데 욕심 비우기가 어디 쉬울까만 마음 욕심만 조금 덜어낼 수 있다면 시골생활도 지낼만 하다. 거짓 없는 자연을 뜰에 들여와 사는 즐거움이란 오롯이 누려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순수한 자연 속에서 느리게 살면서 사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지근에서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바람이 잘게 부서지는 것과 구름이 낮게 흘러가는 것이며 작고 예쁜 새들이 찾아와 즐겁게 노래하는 것과 밤마다 손에 잡힐 듯 별이 뜨고 지는 것과 풀잎에 맺힌 아침이슬이며 빗소리가 지나는 것과 산짐승이 집 모퉁이를 조심조심 걷는 소리를 귀기울여 엿듣는 것이며 계절마다 다르게 꽃을 피우고 열매맺는 곡식이며 과일들.....
꾸미는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될 수 있으면 자연 그대로를 들여놓고 들꽃이 피고 지는 것의 기쁨은 마음을 충만하게 한다. 조금 가난하게 사는 것과 불편함을 견디는 용기만 있다면 참으로 열거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13.4.30 초록섬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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