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제부도 - 이재무

여만 2012. 6. 12. 09:00

제부도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하루에 두 번 바다가 가슴을 열고 닫는 곳
제부도에는 사랑의 오작교가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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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 1958 충남 부여 출생. 한남대 국문과 졸업. 1983 《삶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섣달 그믐』『벌초』『푸른 고집』, 시선집 『누군가 나를 울고 있다면』 등. 제1회 윤동주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