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녹음기
이태선(1959~ )
그대야, 내 입술가의 고장 난 고요를 보아줄래,
박살난 장독처럼 내가 네 손끝에서 부서지고 조각조각
유혹이 되어볼까
너를 스쳐 내가 네게 들러 붙어버린 엿이라 할까
우리는 서툴러서 너 따로 나 따로
입속 쩝쩝대는 생을 주고받아볼까
낑낑대는 강아지 곁의 티끌처럼 우리는 추워지고
문짝 떨어진 그런 날들이 연속으로 오고
그대야, 부러진 지팡이와 말할까
침대 아래 떠내려와 있는 저 통나무 타고
내리꽂히는 입속 폭포수나 틀어 버릴까
'살맛 나는 방 > 시집 속에서 꺼낸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개의 영역 - 이만섭 (0) | 2012.04.12 |
---|---|
그랬으면 좋겠네 -이시하 (0) | 2012.04.11 |
나무, 나의 모국어 - 이기철 (0) | 2012.03.25 |
밤, 속옷가게 앞에서(외 1편) - 김경미 (0) | 2012.03.20 |
레미콘 트럭(외 1편) - 이동호 (0) | 2012.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