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당신 가슴의 서랍엔 -강인한

여만 2011. 9. 17. 08:00

당신 가슴의 서랍엔

 

                       강 인한

 

 

당신의 예쁜 가슴

이 귀여운 단추를 혀끝으로 감아서

아래로 아래로 주욱 끌어내리면 발바닥이 간질간질.

 

초록빛 보드라운 융단에

실로폰처럼 퐁퐁 튀어 오르는 소리

색색의 빗방울을 내리는 눈 까만 구름들이 있을 거야.

 

이 달콤한 단추, 혀끝으로 눌렀다가

단숨에 열어보는 서랍엔

쏟아질 듯 위태롭게 번쩍이는 아, 눈부신 천둥 번개가 한 쌍.

 

한 겹 한 겹 당신의 몸을 벗기면

한 마리 참새만큼 작아지고 작아져서 홀연히

모아 쥔 두 손아귀를 새어나오는 유월의 장미꽃 한 다발.

 

당신 가슴의 서랍을 열면

어떤 알 수 없는 기류가 회오리바람을 불러오고

그 바람 속에 날뛰는 눈보라가 있고

엎질러지려는 찰나의 취한 바다가 토끼처럼 웅크려 있고.

  

 

      ( 2010. 12. 1 )

   《시인시각》 201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