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바닥 - 박성우
여만
2011. 9. 12. 07:00
바닥
박성우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 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다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 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현대시학》2011년 6월호
-------------
박성우 /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거미」 당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당선, 2009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저작 및 출판 지원 사업에 청소년시가 당선되면서 청소년문학을 시작. 시집 『거미』『가뜬한 잠』, 동시집 『불량 꽃게』, 청소년 시집 『난 빨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