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거미줄/위선환
여만
2011. 8. 27. 07:00
거미줄
위선환
잔 날개 떠는 날벌레나 비늘가루 묻은 나방이나
티끌들만 걸리는 건 아니었다
붙박이별이 드문드문 돋는 것 하며 초록 별이 자리를 못 잡고 떠도는 것 하며 살별의 꼬리가 흐르는 것 하며
그으며 떨어지는 별똥별이 걸렸다
몇천 광년이 된다는 먼 거리나 눈으로는 못 쫓는 빛의 속도도 걸렸는데
함께, 검푸른 궁륭과 밤새워 우는 풀벌레소리도 걸려 있다
걸린 것들 중에는 오히려 사람이 눈멀고 깜깜해지는 한밤중이라야 보이는 것이 있다
고기 가시같이 뼈가 희고 고인 눈이 물속같이 둥그런 한 영혼을 본 것은
내가 아주 깜깜해져버린, 한참 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