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

여만 2011. 6. 4. 14:20

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1943 ~ )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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