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만 2023. 2. 10. 14:26

칸나

 

신덕룡

 

 

 

 

쑥, 솟아올랐다

 

술렁이는 바람은 폭풍우의 전령이지만

고요 속에 갇혔다

 

폭설과 시린 별빛들

불타던 태양의 기억까지 다 끌어모은

 

저 꽃대는

 

제 안에 쌓아 올린 다이너마이트의 뇌관에

불이 곧 댕겨진다는 걸 안다

 

부르르 떤다

멀리까지 한 소식 전할 것이다

 

 

 

                 —시집 『단월』 202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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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룡 / 경기 양평 출생. 1985년 《현대문학》(평론), 2002년 《시와시학》(시)으로 등단. 시집 『다섯 손가락이 남습니다』 『단월』 등 6권. 저서 『환경위기와 생태학적 상상력』 『풍경과 시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