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만 2021. 3. 5. 16:23

돌에 새긴 그녀

 

 

 

나에게는 캔버스가 있다

상상하면 기다렸다는 듯 나와 감정을 공유하곤 한다

하얀 천의 허공에 잘 마른 햇살이 쌓인다

외출하기에 좋은 빛깔이다

하고 무심히 지켜보는데 캔버스가

눈앞에 불쑥 그녀를 데리고 나타났다

 

꿈에서만 만났던 내 그리운 그녀!

 

도무지 알 수 없다

 

도망치듯

지워버리려고 하는 것은 왜 이리 지워지지 않는지

 

 

- 시집 『각시붓꽃』 (2020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