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만 2021. 3. 5. 11:04

제3의 눈

 

 

 

감쪽같이 당신은 떠났지만

여전히 내 시선은 그 골목에 있다

 

어디로든 뿔뿔이 사라지려고

거리에 나타나는 사람들

매서운 눈매를 피해

더 높이 매달리는 간판들

 

서성이는 걸음을 위해

골목이 모퉁이를 내어준다는 걸

오래 지켜보아 나는 알고 있다

 

불빛들이 사라진 한밤중에도

어둠은 절대 거짓을 저장하지 않는다

 

불치의 불면증을 앓는다는 건

어찌할 수 없는 나의 숙명이다

 

 

- 시집 『각시붓꽃』 (2020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