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혼자 울지 마라 - 정용주
여만
2020. 11. 28. 18:45
혼자 울지 마라
정용주
하늘 아래
어떤 슬픔도
온전히 한 존재의 몫으로
주어진 것은 없다
먼 단풍도
홀로 붉지 않는다
한 바람이
서늘한 능선의 가슴을 쓸면
마침내 모든 나무가
서로에게 물들어
가난한 영혼의 연대가
온 산에 붉다
들꽃을 바라볼 때
꽃의 귀는
너를 듣는다
홀로 슬퍼 자기를 연민할 때도
꽃은 피고 사랑은 간다
한 마음 괴롭히는
그 까닭으로
모든 영혼이 운다
우리는 모두 물들어 간다
혼자 울지 마라
⸺시집 『쏙닥쏙닥』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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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주 / 경기 여주에서 태어나 2005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인디언의 女子』 『그렇게 될 것은 결국 그렇게 된다』 『쏙닥쏙닥』, 산문집 『나는 꼭 행복해야 하는가』 『고고춤이나 춥시다』 『나는 숲속의 게으름뱅이』 등.